여행이나 체류지로서 아르메니아를 떠올리는 사람은 아직 많지 않다. 조지아와 터키 사이,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에 있는 작은 이 나라는 그동안 무척 조용하게 자신만의 색을 지켜왔다. 하지만 최근, 장기 여행자·디지털 노마드·퇴직 후 체류를 고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고요하고 깊이 있는 유럽’으로서 아르메니아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한국인은 무비자로 180일 체류가 가능하며, 물가 역시 서울 대비 절반 이하 수준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곳은 빠르지 않은 삶의 리듬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수백 년 된 건축물, 자연과 함께하는 도시 구조, 그리고 친절한 지역 주민들은 이곳이 단지 여행지가 아닌 '살 수 있는 유럽'이라는 확신을 준다.
특히 수도 예레반(Yerevan)은 1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거주하지만, 소란스럽지 않고, 도시는 작고 단단하다. 멀리 보이는 아라라트 산의 설경은 하루의 고요한 리듬을 상징하듯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2. 루마니아, 알바니아와 비교한 아르메니아의 현실적인 장점
동유럽 장기 체류 국가로 자주 언급되는 곳들은 루마니아, 알바니아, 그리고 조지아다. 그중에서도 아르메니아는 조용한 일상과 비용 효율, 체류 기간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특히 주목할 만하다.
루마니아는 인터넷 인프라와 가족 단위 체류자에 적합한 도시 환경을 제공하지만, 체류 기간은 90일로 제한된다. 알바니아는 1년 무비자가 가능하고 해변 중심의 여유로운 라이프가 매력이다. 하지만 여름철 관광지화로 인해 숙소 비용이 급등하는 단점이 있다.
이에 비해 아르메니아는 6개월 체류 가능, 장기 숙소의 협상 가능성도 크고 관광지와 일상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아 ‘살면서 여행하는 감각’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다.
아파트형 숙소는 월 300~450달러,
슈퍼 장보기 한 달 150~200달러,
카페 커피 한 잔은 약 2달러 수준으로 장기 체류자 입장에서 비용 부담이 적고 예측 가능한 생활이 가능하다.
또한, 와이파이 속도는 50~80Mbps, 도시 곳곳에 공공 와이파이와 코워킹 스페이스가 마련되어 있어 노트북만 있다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다.
3. ‘누구나 살 수 있는 나라’라는 점에서 특별한 이유
아르메니아의 또 다른 장점은 체류자의 다양성을 포용하는 사회적 분위기다. 이곳에는 디지털 노마드뿐 아니라, 중장년 퇴직자, 자녀와 함께 체류하는 가족 단위 여행자, 그리고 문화·예술적 영감을 찾는 작가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머문다.
루마니아가 유럽 문명과 문화체험 중심의 도시형 체류라면,
아르메니아는 생활과 자연, 지역 문화가 자연스럽게 섞이는 형태다. 예를 들어 예레반 시내에서 공원과 전통 시장을 오가며 산책하고, 주말이면 인근의 딜리잔(Dilijan)이나 고리스(Goris) 같은 자연 중심 마을로 떠나는 생활이 가능하다. 특히 딜리잔은 ‘작은 스위스’라고 불릴 만큼 숲과 호수가 어우러진 풍경으로 많은 이들의 '한 달 살기' 도시로 선택받고 있다.
그리고 다른 유럽 국가들처럼 외국인에 대한 경계심이 적고, 기초 영어 사용이 가능한 젊은 층도 적지 않다. 필요한 대부분의 생활 정보는 현지 페이스북 그룹이나 텔레그램 커뮤니티를 통해 쉽게 얻을 수 있다.
4. 실용 정보 – 집 구하기, 병원, 음식, 그리고 체크리스트
집 구하기 팁 처음에는 Airbnb나 Booking.com을 통해 숙소를 확보하고, 도착 후 현지 중개인을 연결하거나 커뮤니티를 활용해 중장기 계약을 진행하는 것이 안전하다. 계약서는 영어로 요청할 수 있고, 계약 전 반드시 실물 방문과 계약 기간·보증금 확인은 필수다.
병원과 보험 처리 예레반 내 주요 병원은 영어 진료가 가능하고, 응급상황은 112번 긴급번호로 연결된다. SafetyWing, Allianz, KB손해보험 등 여행자 보험으로 대부분의 의료비 처리 가능하다.
식문화와 식재료 아르메니아는 치즈, 고기, 허브 중심의 식사가 많으며 채식 식단도 충분히 가능하다. 아시아 마트에서는 한정된 한국 식재료도 구할 수 있지만, 기본적인 고추장/된장/김 등의 분말 제품은 가져오는 것을 추천한다.
기타 필수 체크리스트
유심: VivaCell, Ucom / 20GB 기준 약 7,000원
환전: 현지 환전소 이용 (카드 결제도 가능하지만 일부는 현금 필요)
해외 결제카드: Wise, Revolut 추천 (수수료 절감 효과 큼)
전자기기: C타입 유럽형 플러그 필요
빠른 유럽이 아닌, ‘나의 유럽’을 찾고 있다면
루마니아의 도시적 편의, 알바니아의 여유로운 해변, 그 사이에서 아르메니아는 소박하지만 강한 매력을 가진 곳이다.
물가, 체류 안정성, 사람들과의 거리감, 일상과 자연의 균형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아르메니아는 분명히 지금, 주목해야 할 유럽의 '한 달 살기' 국가다.
여행과 체류의 경계에서 ‘속도가 아닌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면, 아르메니아는 당신이 진짜 원하는 유럽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