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한 달 이상 머물 계획이라면, 숙소는 단순히 ‘잠만 자는 곳’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단기 여행자에게는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가 충분할 수 있지만, 장기 체류자에게는 일상을 살아낼 수 있는 공간,
즉 ‘집’이 필요하죠.
문제는, 이 과정을 상상보다 훨씬 많은 변수와 리스크가 따른다는 점입니다.
단기 여행에서는 감성적인 사진과 후기를 믿고 숙소를 선택해도 큰 문제가 없지만, 한 달 이상 거주하게 되면 작은 실수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낯선 언어, 낯선 문화, 낯선 시스템 속에서 ‘집 구하기’는 그 나라에 대한 이해 수준을 그대로 드러내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실제로 장기 체류를 경험한 디지털 노마드, 여행자, 해외 생활자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해외에서 집을 구하는 현실적인 방법과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주의사항들을 정리해봅니다.
1. 도착 후 첫 1~2주는 에어비앤비로 안전하게
해외에 도착하자마자 장기 계약을 진행하는 것은 위험한 선택입니다.
동네 분위기, 교통 환경, 밤의 치안, 슈퍼나 병원 접근성 등은 온라인 정보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그래서 추천하는 전략은, 도착 후 첫 1~2주는 에어비앤비(Airbnb)나 Booking.com의 장기 숙박 옵션을 활용해 ‘임시 거주’하는 것입니다.
특히 에어비앤비는 한 달 이상 예약 시 장기 할인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 예산 부담도 줄일 수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동네를 직접 돌아보고, 마음에 드는 지역과 집을 눈으로 확인한 뒤 장기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입니다.
조지아, 루마니아, 알바니아, 콜롬비아 등의 나라에서는 페이스북 커뮤니티나 텔레그램 그룹을 통해 현지 부동산 중개인이나 집주인과 직접 연결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도착 직후부터 적극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좋습니다.
2. 장기 계약을 위한 두 가지 방법 – 중개업소 vs 개인 연결
에어비앤비 이후 실제로 장기 거주할 집을 구하려면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는 현지 부동산 중개인을 통한 정식 계약, 둘째는 커뮤니티(페이스북 그룹 등)를 통한 개인 연결입니다.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 계약할 경우, 영어 또는 현지 언어가 가능한 중개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며, 계약서는 반드시 영어 버전으로 요청해야 합니다. 보증금, 월세, 계약 기간, 시설 고장 시 수리 책임 범위 등을 문서로 명확히 남기는 것이 핵심입니다.
반면 커뮤니티를 통한 개인 연결 방식은 수수료가 없고 가격이 저렴한 장점이 있지만, 계약서가 없거나 임의로 조건을 바꾸는 경우가 있어 스크린샷 저장, 서면 확인 절차가 필수입니다. 장기 계약 시에는 전기세, 수도세 포함 여부, 지역 세금 부과 여부, 가구 유무도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항목입니다.
3. 집 구할 때 꼭 체크해야 할 핵심 항목들
보안: 이중 도어락, 공동 출입문 번호, 건물 CCTV 유무 등은 필수입니다. 특히 대도시일수록 보안 체크는 더 꼼꼼하게 해야 합니다.
위치: 병원, 마트, 대중교통이 도보로 이용 가능한 위치인지 확인하세요. ‘10분 거리’라는 말보다 실제 걸어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방음/환기: 외국은 건축 구조상 방음과 단열이 약한 경우가 많습니다. 도로변, 공사 현장 인근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인터넷 속도: 와이파이 제공 여부만이 아니라 실제 다운/업로드 속도(Mbps)를 체크하세요.
화상 회의나 영상 편집이 필요한 분들은 특히 중요합니다.
계약 조건 및 환불 규정: 일부 국가는 위약금이 높거나 보증금 반환이 지연될 수 있습니다. 계약서를 영어로 받고, 환불 조건을 반드시 명시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4. 장기 체류자들이 자주 하는 실수와 예방 팁
많은 사람들이 아래와 같은 실수를 겪습니다. "사진만 보고 계약했다가 실망했다.", "오프라인 계약서를 안 써서 보증금을 못 돌려받았다.", "에어비앤비 예약이었는데, 중간에 퇴거 요청을 받았다."
이런 실수들은 대부분 ‘직접 확인하지 않고 계약했을 때’, ‘문서화하지 않았을 때’ 발생합니다.
반드시 도착 후 현장 방문 → 계약서 작성이라는 두 단계를 거치세요.
또한 일부 숙소는 다국적 쉐어하우스거나, 공과금 별도 청구가 일반적입니다.
계약 전 반드시 ‘All Inclusive(모든 비용 포함)’인지, 아니면 세금, 공과금이 별도인지 확인하고,
중장기 계약 시 월세 인상 여부도 문서로 명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집이 편해야, 비로소 생활이 시작된다
해외 한 달살기 혹은 장기 체류는 단순한 여행이 아닙니다.
그곳에서 나만의 루틴을 만들고, 현지의 삶을 직접 체험하며, 내 삶의 속도를 조율해보는 시간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여정의 출발점이 바로 ‘안정적인 주거공간’입니다.
매일 불안하게 눈을 뜨고, 시끄러운 소음에 지쳐 잠드는 삶은 그 어디에서도 좋은 기억이 되지 않습니다.
외국에서 집을 구하는 일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확한 정보와 준비만 있다면, 그것은 여행과 삶 사이의 간극을 좁혀주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